[박소영의 PS.Y] ‘매력학과’ 악동뮤지션, 국민 남매 ‘찜’
[스포츠서울닷컴│박소영 기자] ‘매력학과 14학번 이찬혁-이수현 남매’
여느 때보다 귀가 풍요로운 가요계다. 임창정 조성모 이선희 이승환 이은미 박효신 이소라 등 ‘전설들의 음악’과 더불어 매드클라운 크러쉬 로꼬 등 힙합까지 다양한 장르가 음원 차트를 물들이고 있다. 여기에 또 새로운 얼굴이 등장했다. 7일 첫 번째 정규 앨범으로 정식 데뷔한 악동뮤지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악동뮤지션의 데뷔 앨범 ‘플레이’는 7일 낮 12시 음원이 공개되자마자 수록된 11곡이 차트에서 ‘줄 세우기’ 진풍경을 자아냈다. 더블 타이틀곡 ‘200%’와 ‘얼음들’은 멜론 벅스 소리바다 네이버뮤직 몽키3 다음뮤직 엠넷차트 올레뮤직 싸이월드뮤직 지니차트 등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나란히 1~2위를 휩쓸며 막강한 저력을 보였다.
그야말로 물건들이다. 지난해 SBS ‘일요일이 좋다-K팝스타2’ 우승을 차지할 때에도 싹이 보였지만 이 정도로 대단한 ‘음원 깡패’로 성장할 줄 양현석 YG 대표는 알았던 걸까? 일부 누리꾼들은 엠넷 ‘슈퍼스타K’가 낳은 버스커버스커와 악동뮤지션을 비교하며 ‘국민’ 타이틀을 붙이고 있다. 버스커버스커가 ‘벚꽃엔딩’으로 ‘벚꽃 연금’을 받는다면 악동뮤지션은 ‘국민 남매’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악동뮤지션이 더 큰 칭찬을 받는 건 참신한 맛 때문이다. 수록곡 모두를 작사·작곡한 ‘오빠’ 이찬혁은 앨범명처럼 음악 안에서 마음껏 놀았다. 흔히 마주치기 쉬운 소재들을 독특한 시각으로 풀어내며 지루하지 않게 듣는 이들을 사로잡았다. 스마트폰 게임에 필요한 하트에서 영감을 얻은 ‘기브 러브’와 세상을 지하철에 빗댄 ‘지하철에서’, 가르마를 바꾸자 남자들이 다가온다는 ‘가르마’ 등은 신선한 느낌이다.
진짜 잔디가 부러운 인공 잔디의 마음을 가사로 표현한 ‘인공 잔디’와 왕따의 이야기를 담은 ‘안녕’, 길에서 마주치는 흔한 사람들의 눈빛을 재치 있게 풀어낸 ‘길이나’와 작곡 소재가 떨어져서 이를 노래로 만든 ‘소재’ 등 장난기 어린 발상의 전환은 악동뮤지션만의 매력이라 절로 ‘엄마 미소’가 지어진다.
‘동생’ 이수현의 음색도 때 묻지 않아 좋다. 과하지 않은 발성에 독특한 창법이 알맞게 버무려져 곡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안정되고 편안한 목소리는 음악에 순수한 힘을 더했다. 기타 치는 오빠와 노래하는 동생, 남매가 함께하는 무대는 온전히 ‘힐링’을 품었다. ‘유기농 같은 음악’이라는 표현도 걸맞다.
이쯤 되니 악동뮤지션을 잽싸게 YG로 데려간 양현석의 ‘신의 한 수’가 돋보인다. 더욱 탁월했던 건 악동뮤지션을 YG스럽지 않게 그들 스스로의 음악을 하도록 배려한 일이다. 끼 많은 남매를 음악 안에서 멋대로 놀도록 ‘방목’하니 기분 좋은 결과가 나왔다. 음악 팬의 한 사람으로서 더할 나위 없이 흐뭇한 일이다.
2014. 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