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음악 넘어선 스타일리더 …오사카 핫피플 모두 끌어들인 힘
[일간스포츠= 이경란] ‘일본에 진출한 한국 가수는 아줌마팬이 먹여살린다’는 말이 통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 가수들은 본격적인 일본 시장 개척에 나섰다. 당시 주고객은 젊은 10~20대 팬들 보다는 중년층의 아줌마팬들. 한국 가수들의 일본 현지 콘서트장에선 잘 차려입은 일본 아줌마팬들이 ‘오빠~’를 외치는 장면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당시 일본 현지에서 인기를 얻은 한국 가수들은 일본 가수들과 다르단 걸 강조하기 보단, J-POP과 비슷한 현지화에 집중했다. J-스타일이 K-스타일 보다 멋진 걸로 인식됐던 때다.
10여년이 지난 지금, 일본 내 K-POP의 모습은 달라졌다. 그사이 3세대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어린 K-팝가수들까지 일본에 진출했다. 이들은 일본팬의 취향을 고려하면서 각자의 개성을 살린 K-스타일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진화했다.
그 핫한 패션과 스타일의 정점에 서 있는 그룹 빅뱅의 공연이 지난 11월29일~12월 1일 오사카 쿄세라돔에서 펼쳐졌다. 사흘간 3회 연속공연을 통해 무려 15만명 간사이 지방의 팬들을 끌어모았다. 지난 29일 쿄세라돔 앞을 무섭도록 가득채운 5만여 인파들의 모습은 스타일리더로 불리는 빅뱅의 일본 현지 이미지를 한 눈에 보여줬다. 오사카의 10대말~20대 패션피플들이 총집합한 공연장은 마치 인기있는 클럽 안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지드래곤 못지 않게 세련된 차림의 이들은 빅뱅을 좋아하는 이유에 한결 같이 말한다. “그들의 음악, 춤, 그리고 패션이 너무나 쿨하고 멋지다. 스타일을 선도하는 핫한 그룹”이라며 입을 모은다.
▶팬연령층이 내려갔다
빅뱅의 팬연령층은 10대에서 20대 초반이다. 유행에 가장 민감하고 트렌드세터들이 중심축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건 다른 그룹에 비해 남성팬의 비율도 상당히 높다는 거다. 이들이 주목하는 건 춤과 음악뿐 아니라 빅뱅만의 세련된 스타일과 패션이다. 공연장엔 핫한 힙합스타일로 한껏 멋을 낸 스타일리시한 팬들이 대부분. 여느 K-POP그룹의 팬들과도 사뭇 다른 느낌이다. 공연장을 찾은 타쿠마 히토미(22, 여)는 “빅뱅의 노래도 댄스도 패션도 모든것이 멋있다. 주변의 빅뱅 팬들과 클럽에 가서 빅뱅의 노래만 나오면 신이 나게 논다”고 말했다. 10대 남성팬 후지이 유마(16, 남)는 “초등학교 때부터 빅뱅이 좋았다. 가장 멋진 건 스타일이 넘치는 음악성과 패션”이라고 말했다.
공연장뿐 아니라 빅뱅의 펼쳐진 지난 주말 오사카 시내 신사이바시의 명품관 일대는 빅뱅의 팬들이 장악한 듯 했다. 명품관이 즐비한 거리에서 만난 ‘패션피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지드래곤의 두건, 숄더백 등 빅뱅의 MD 상품으로 멋을 냈다. 일본의 패피들은 빅뱅의 스타일을 온몸으로 흡수하고 있었다. 과거 한국 가수의 스타일리스트들이 틈만 나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가수들의 아이템을 카피하느라 정신이 없던 예전의 한국가요계의 풍경을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란 말이 딱 맞는다.
▶빅뱅스타일의 자유로움과 음악
빅뱅 일본 콘서트의 특징은 한국팬들도 즐길 수 있다는데 있다. 한국에서 이미 히트했던 한국 원곡이 많기 때문이다. 빅뱅은 한국에서 발표해 사랑받은 YG표 음악을 일본어 음반에도 그대로 실으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 지점도 빅뱅스타일의 완성에 큰 축을 담당한다. 많은 한국그룹들이 일본에서 새롭게 현지팬들의 취향에 맞게 타이틀곡을 선정해 음반을 내는 경우가 많지만 빅뱅은 대부분 YG의 프로듀서나 멤버들이 만든 노래로 일본에 진출했다. 2011년 당시 에이벡스와 YG엔터테인먼트의 일본 내 합작법인인 YGEX를 설립하던 당시 양현석은 “에이벡스 대표와 만나 YG만의 음악 스타일을 일본에 맞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본 측에서도 ‘YG만의 강점은 참신한데 있다’며 우리 뜻을 존중했다. 기존의 케이팝을 넘은 ‘YG POP’의 신트렌드를 보여주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런 기조를 유지하면서 빅뱅만의 자유로움, 스타일리시한 음악취향과 퍼포먼스가 고스란히 일본 시장에도 전달될 수 있었다. YG재팬의 한 관계자는 “일본시장에선 원래 일본용 노래를 새로 만들어 불러야 음반판매량에 유리하다. 하지만 빅뱅은 YG표 음악 스타일을 포기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그런 점 때문에 빅뱅은 현지가수라는 느낌 보다 마치 유명 해외팝스타로 보는 경우도 많다. 세련된 빅뱅만의 색깔이 현지 팬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공연장에서도 멤버들만의 개성넘치고 자유로운 무대는 빛을 발했다. ‘하루하루’ ‘블루’ ‘라라라’ ‘빅뱅’등의 한국 원곡 히트곡으로 문을 연 빅뱅은 멤버별 개인 무대에서도 각자의 색깔을 살려 팬들과 호흡했다. 첫 월드투어에서 57만 명의 팬들을 동원하며 흥행력을 입증한 지드래곤은 ‘삐딱하게’ ‘크레용’ 등을 불렀고 태양은 ‘링가링가’로 뛰어난 가창력과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탑은 솔로곡 ‘둠다다’로 카리스마 넘치는 래퍼의 모습을 보였다. 대성도 오리콘 위클리 앨범차트 2위에 오른 솔로 앨범 ‘디스커버’ 수록곡 ‘윙스’를, 승리는 오리콘 데일리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렛츠 토크 어바웃 러브’ 수록곡 ‘보쿠오 미츠메떼’를 부르며 개인무대를 채웠다. 이어 ‘판타스틱 베이비’ ‘거짓말’ ‘투나잇’까지 리앵콜 총 30여 곡을 소화하며 3시간에 걸쳐 무대와 관객을 장악했다.
공연을 즐긴 타카하시 아야코는 “타카하시 아야코 (18, 여)는 “빅뱅은 J-POP에는 별로 없는 음악을 들려준다. YG만의 스타일이 있다. ‘멋있다’라던가 ‘굉장하다’라는 등의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멋지고 카리스마 있는 멤버 5명을 보면 두근두근한다”고 말했다.
지난 달 16~17일 사이타마 세이부 돔에서 시작된 빅뱅의 일본 돔 투어는 내년 1월까지 이어진다. 해외가수 최초의 일본 6대 돔투어를 통해 총 77만 1000여 관객과 만난다.
2013. 12.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