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 걸그룹 계보 잇는다…베이비몬스터의 괴물 같은 성장
[시사저널=하재근] YG엔터테인먼트의 신예 걸그룹 베이비몬스터가 4월 공식 데뷔 1주년을 맞았다. 아현이 합류한 정식데뷔곡 《SHEESH》부터 계산하면 결국 활동기간은 1년이라고 할 수 있다. 선공개 곡 《BATTER UP》이 있었으나, 당시팀에서 가장 화제성이 컸던 멤버 아현이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정상적인 활동이 불가능했다. 선공개 곡 《BATTER UP》부터 계산해도 1년이 조금 넘는 정도다.
아현 합류 이후 공개된 미니 1집 ‘BABYMONS7ER’는 40만 장 넘게 팔리며 K팝 걸그룹 데뷔 첫 앨범 초동 신기록을 세웠다. 최근 발표한 정규 1집 ‘DRIP’은 발표 직후에만 구매가 이루어지는 일반적인 아이돌 앨범들과 달리 꾸준히 판매량이 증가하면서 100만 장 돌파 가능성까지 관측되고 있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선 데뷔곡 《SHEESH》가2024년 K팝 걸그룹 곡 중 최고 진입 기록을 달성했다. 발매 곡 누적 스트리밍 횟수는 11억 회를 돌파했다.
지난해 뮤직비디오 조회 10위권에 5곡 들어
이들의 존재감은 유튜브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K팝 화제성의 주요 지표인 유튜브 조회 수가 놀라운 수준이다. 《SHEESH》는 K팝 걸그룹 데뷔곡으로는 최단 기간인 10일 만에 1억 뷰를 기록했다. 이후 2억 뷰(33일), 3억 뷰(186일) 달성에서도 기록을 세웠다. 데뷔곡이 불과 10일 만에 1억 뷰를 돌파했다는 점에서, 얼마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런데 《SHEESH》는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히트’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어마어마한 조회 수를 기록했다는 건 이들이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의미다. 심지어 《SHEESH》의 퍼포먼스 영상까지 3억 뷰를 달성했다. 퍼포먼스 영상은 정식 뮤직비디오에 비해 조회 수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베이비몬스터는 이런 부분에서도 이례적이다.
《DRIP》과 《LIKE THAT》도 퍼포먼스 영상으로 1억 뷰를 돌파했다. 그 밖에 《BATTER UP》이 3억 뷰, 《DRIP》이 2억뷰, 《CLIK CLAK》이 1억 뷰를 기록했다. 《FOREVER》와 《Stuck In The Middle》 역시 1억 뷰를 기록하며 데뷔 1년여 만에 9편의 1억 뷰 영상을 만들어냈다.
《BILLIONAIRE》 퍼포먼스 영상도 1억 뷰 직전이다. 데뷔 첫해에 1억 뷰 영상 2개 정도만 만들어도 ‘대박’이라고 한다. 이를 고려하면 베이비몬스터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이들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894만 명에 달하고, 누적 조회수는 42억 회다.
K팝 걸그룹 뮤직비디오 연간 조회 수 상위 10위권을 보면 2009년에 투애니원이 혜성처럼 등장했을 때 2곡을 진입시켰다. 2010년 투애니원 최전성기에 3곡을 올렸다. 그해는 소녀시대의 전성기이기도 했는데, 이들 역시 3곡을 진입시켰다. 2015년 트와이스가 신인으로 신드롬을 일으켰을 때 1곡이었고, 2017년 그들이 한국 가요계를 휩쓸다시피 했을 때 4곡이었다. 2022년에 파격적으로 데뷔한 아이브는 2곡이었다. 2023년 톱 걸그룹들도 대체로 팀당 2~3곡 수준이다.
그런데 베이비몬스터는 2024년에만 10위권에 5곡을 진입시켰다. 특히 《SHEESH》는 연간 전체 1위에 올랐다. 2023년 말에 발표된 선공개 곡 《BATTER UP》은 그해 연간 2위에 올랐다. 신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조회 수는 충격적인 수준이다.
해외 팬 사로잡은 눈물의 성장기
국내에서 《SHEESH》는 상대적으로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다른 곡들도 마찬가지다. 모두 해외에서 더 큰 열기가 나타났다. 대체로 한국 시장은 서구권 문화의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자 국내 열풍이 시작됐다.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도 국내에서 압도적 ‘최강자’까지는 아니었지만, 서구에서 붐이 일자 국내에서도 ‘넘사벽’이 되었다. 현재 베이비몬스터가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반향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에서의 위상도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처음 해외에서 그들이 주목받은 건 빅뱅, 투애니원, 블랙핑크 등에서 탄생한 ‘YG의 후광 효과’일 것이다. YG는 실력과음악성으로 K팝계에서 독보적인 아성을 쌓아왔다. 음악적 스타일이 서구적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이런 성과를 이룬YG가 블랙핑크 이후 7년 만에 신인 걸그룹을 선보인다고 하자 해외 K팝 팬들의 관심이 집중된 셈이다.
YG는 멤버별 소개 영상과 멤버 확정 전 마지막 평가 시리즈를 먼저 공개했다. 이는 신의 한 수였다. 그 영상을 통해 각 멤버의 실력과 인간적 매력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멤버들이 성장하고 고난을 겪으면서 마침내 YG 아티스트가 되어가는 과정에 국제적으로 수많은 사람이 몰입했다. 눈물까지 흘린 사람도 많았다. 데뷔 전 유튜브 영상일 뿐지만 조회 수는 1000만에서 1800만까지 나왔다.
해당 영상에 몰입한 사람들에게 베이비몬스터는 더 이상 남이 아니었다. 성공하도록 밀어주고 싶은 ‘우리 베이비몬스터’가 됐다. 팬들은 마지막 평가 출연자 7명 중 그 누구도 탈락시켜선 안 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그래서 베이비몬스터멤버가 7명이 됐다. 국제적 팬덤이 준비된 상태에서 데뷔했기 때문에 데뷔하자마자 국제스타가 된 것이다.
데뷔 당시 국내 반응은 지금에 비하면 그리 좋지 않았다. 노래가 대중적이지 않았고 한국인이 선호하는 걸그룹 스타일도아니었다. 그동안 YG 음악을 이끌었던 프로듀서인 테디가 독립한 후 양현석 총괄이 진두지휘해 베이비몬스터를 제작했다. 국내에선 테디의 부재로 베이비몬스터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여러 라이브 무대와 단독공연이 이어지면서 평가가 바뀌고 있다. YG의 DNA를 그대로 이식한 듯한 실력이 확인되자 위상이 급상승한 것이다. 이들의 공연에선 음원보다 라이브가 더 좋게 들리는 마법이 펼쳐진다. 《FOREVER》《DRIP》처럼 보다 대중적인 노래들도 나왔다.
베이비몬스터는 첫 팬미팅을 국제투어로 진행했다. 현재는 첫 단독공연을 국제 순회공연으로 진행하고 있다. 매진이 이어지면서 북미 등에서 회차가 추가되기도 했다. 미국 NBC 《더 캘리 클락슨 쇼》나 TV아사히 《뮤직 스테이션》 등에 출연하며 미디어를 통해 실력을 국제적으로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미국 빌보드는 베이비몬스터를 ‘2024년 가장 유망한 K팝 신인’으로 꼽은 바 있다. 그 기대에 그대로 부응했다. 올해 나올 신규 앨범에서 대중적인 싱글을 공개한다면 또 한 차원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2025. 4.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