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로 보는 특정업체 그룹가수 탄생기, 대단한 YG엔터테인먼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제가 인기 있는 곡을 만들겠다고 해서 인기가 있었던 적은 별로 없었어요. 만약 히트곡을 만드는 공식이 있었다면, 훨씬 살기 쉬웠을 것 같아요. 저희 음악을 좋아하는 팬들이 모여서 지금의 YG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쯤은 이 선택을 대중들에게 맡기고 싶었어요. 두 팀의 실력이 비등비등합니다. 저도 헷갈릴 때 주변과 지인에게 물어보는데 이번에는 이 부분에 대해 대중에게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시청자의 판단으로 신인 보이그룹 ‘위너(Winner)’를 뽑는 서바이벌 배틀 프로그램 ‘윈(WIN)’를 선보이는 YG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44) 대표 프로듀서는 20일 제작발표회에서 이 같이 밝혔다.
‘후 이스 넥스트(Who Is Next)’의 머리글자이기도 한 ‘윈’은 월드스타 싸이(36), 한류그룹 ‘빅뱅’과 ‘투애니원(2NE1)’ 등을 매니지먼트하는 YG가 설립 15년 만에 처음으로 데뷔할 팀을 팬들의 선택에 맡기는 프로그램이다. 수년간 YG 트레이닝 시스템을 거친 11인의 연습생을 A와 B, 두 팀으로 나눠 경쟁을 시킨다. 승리팀은 ‘위너’라는 팀 이름을 얻고 데뷔하게 된다.
A팀은 엠넷 ‘슈퍼스타K 2’ 출신으로 최근 가수 데뷔한 강승윤(19)과 SBS TV ‘K팝스타’ 출신 이승훈(21)을 비롯해 리더 송민호(20), YG 베테랑 연습생 김진우(22), A팀의 막내 남태현(19) 등 평균연령 20세의 5명으로 구성됐다.
B팀은 가수 MC(34)몽의 히트곡 ‘인디언 보이’에서 12세 꼬마 래퍼로 활약한 비아이(17·B.I)와 ‘K팝스타’ 출신 구준회(16)를 비롯해 B팀의 맏형 김진환(19), 미국 뉴욕 출신 바비(18), 보컬 김동혁(16), 송윤형(18) 등 평균 연령 17세의 6명으로 이뤄졌다.
두 팀은 1주에 한번씩 총 10회 방송되는 프로그램에서 3차례 배틀을 벌인다. 이 과정에서 승리팀은 100% 시청자들의 투표로 결정한다. 양현석, YG 소속 가수들이 배틀 과정에서 도움을 준다.
인지도가 있는 멤버들이 속한 A팀이 유리해보이나 양현석은 아직까지는 B팀의 경쟁력이 높다고 봤다. “A팀이 B팀을 두려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이 재미 요소 중의 하나”라고 알렸다.
강승윤은 이미 솔로 가수이기도 하다. “강승윤을 영입해서 완전히 솔로로 데뷔시키려고 했으면 (SBS TV ‘K팝 스타’) 이하이처럼 진행하는 것이 맞아요. 영입 당시 피부로 느끼기에도 강승윤은 인기가 있었습니다”라면서 “그러나 당시 강승윤이 보여주는 이미지는 다른 기획사 가서도 살릴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는 25%만 인정하고 강승윤이 갖고 있지 않은 75%를 찾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춤 잘 추는 강승윤, 록 뿐만 아니라 랩과 R&B를 하는 강승윤을 보고 싶었어요. 강승윤이 로커로 나오면 굳이 날 만날 이유가 없어요. 이미 그가 싱글을 냈지만, 저는 강승윤이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A팀과 B팀의 차이에 대해 “A팀은 다 키가 크고 B팀은 나이가 어리다 보니 아직 키가 작다”며 웃었다. “사실 빅뱅도 키가 큰 그룹이 아니라 A팀은 처음 만드는 그룹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호리호리해요. B팀은 음악적으로 힙합, A팀은 랩하는 이승훈도 있지만 힙합 그룹이라기보다는 다양한 장르를 할 수 있는 팝그룹입니다.”
이미 마음에 든 멤버도 있다. “A팀 중에서는 끼가 넘치는 강승윤과 리더를 맡고 있는 송민호, B팀에서는비아이라는 친구와 바비”를 꼽았다. 그러나 평소 연습생과 거리가 먼 양현석은 이들의 사적인 것은 잘 모른다고 답했다. 빅뱅과 2NE1 역시 ‘리얼 다큐 빅뱅’과 ‘2NE1 TV’ 등 TV 리얼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먼저 인사한 것을 상기하며 “저도 대중과 똑같이 멤버들의 사적이고 내밀한 것이 좋았던 게 계기였습니다. 이번 프로그램도 사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라고 전했다. 앞서 한류 그룹 ‘비스트’ 멤버 장현승(24)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이름을 알렸으나 최종적으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YG,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3대 기획사로 통하는 JYP엔터테인먼트의 프로듀서 박진영(41)은 이날 상영한 영상에서 양현석이 자신이 있기 때문에 두 팀을 내놓은 것이라고 짚었다.
양현석은 “정확하게 본 것”이라고 답했다. “A팀, B팀의 실력차가 현저하게 난다면, 망합니다. 상술로서도 좋게 생각하지 않아요. 외부에서 본다면, 인기가 생기는데 왜 3~4년을 못 견디느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런 생각을 뒤짚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라고 털어놓았다.
연습생 기간은 길수록 좋다고 생각했다. “데뷔를 하면, 사실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요즘처럼 해외까지 다니면 더하죠. 빅뱅과 2NE1도 5년 동안 연습한 것이 이어지고 있어요. 솔직히 두 팀 다 어디에 내놔도 창피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두 팀 모두 탈락자가 생기지 않아도 해체될지 몰라요. 패배를 한 팀이 금방 데뷔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대중을 기만하고 속이는 일은 없어요.”
같은 소속사에서 연습생 생활을 한 이들을 경쟁시킨다는 것이 냉혹하다는 지적도 있다. “잔인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진 팀의 멤버들이더라도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가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기가 있을 겁니다. ‘K팝스타’에서는 제게 어울리지도 않게 천사의 이미지를 내보였는데 이번에 제가 ‘왜 이렇게 독하게 굴지’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거예요. YG에 속한 제 자식들에게는 천사가 아니에요.”
우승팀은 YG가 빅뱅 이후 8년 만에 내놓는 보이그룹이 된다. “그간 YG, 빅뱅에게 변화가 있었죠. 회사 규모가 커졌고 세상도 변했어요. YG가 ‘지누션’ ‘원타임’ 등 힙합 전문 회사를 하다가 메이저로 발돋움하게 된 것은 빅뱅 때문이에요. 빅뱅을 만들 때만 해도 최고의 아이돌을 만들어봤으면 하는 솔직한 심정이 있었어요. 위너는 YG의 8년을 책임지는 팀이 될 겁니다.”
신선한 기획이지만, 결국은 ‘빅뱅의 보급형’을 만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대중이 그런 생각을 하면 아무리 인기가 있다 한들 개인적으로 실패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YG에는 지금껏 단 한팀도 중복되는 팀이 없었습니다. 멤버수도 다 달랐죠. 제 개인적인 성향이자 YG의 성향이기도 하죠. 그런데 이번에 빅뱅의 보급형이라는 인식이 들게 만들면 작전 실패죠. 제가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다만, 빅뱅의 경우 자신이 만든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승리의 새 앨범에도 제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잘 자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빅뱅도 2006년 데뷔 당시 인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을 특기했다. “데뷔 1, 2년이 지나고 ‘거짓말’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죠. 그 전까지는 다른 작곡가 곡들을 불렀는데 ‘거짓말’은 지드래곤이 만든 것이 화제가 됐어요. ‘위너’ 역시 절대로 만들지 않을 겁니다.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고 친구들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그게 YG의 경쟁력입니다. 저희는 개성을 존중해주는 색깔입니다.”
당초 올해 ‘YG표 소녀시대’를 먼저 내놓을 예정이었다. “솔직히 ‘소녀시대’ 같은 그룹을 만들고 싶었어요. 외모도 예쁘고 실력도 좋은 그룹을 원하는 것은 인간적으로 기본 성향이죠. 그런데 지누션, 빅마마도 그랬지만, 외모보다 그 친구의 재능을 보는 것이 제 성향인 것 같아요. 소녀시대가 부러웠던 것 같아요. 저렇게 예쁜 친구들이 힙합, YG 음악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원더걸스를 보면서도 YG 음악을 들고 오면 어떨까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무너졌죠.”
얼굴이 예뻐서 뽑았는데 그가 원한 재능이 부족하다 보니 수십명 중 여섯 명만 남게 됐다. “아직도 결론이 난 것은 아니에요. 신중하게 고민 중인데 여자 그룹은 빠르면 올해 중에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3일부터 매주 금요일 오후 10시 엠넷에서 방송된다. 지상파에서 방송될 프로그램이었다. “사실 생각한 것은 SBS였습니다. 그런데 YG가 제작을 하다보니 오해가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상파에서 방송을 하려다 보니 여러 제약도 있었고요. 지상파의 심의를 거치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엠넷이 좋은 시간을 배정한 것도 유리하다고 생각했죠.”
한편, ‘윈’은 9월17일부터 해외 STAR TV 케이블 계열의 채널 V와 FOX 케이블 계열의 채널 M을 통해 홍콩, 싱가포르, 태국,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몰디브, 마카오 등 아시아 10여개 지역에서도 방송된다. 중국에서는 현지 최대 영상 사이트 여우쿠를 통해 내보낸다. 9월 중순부터는 아리랑TV를 통해 188개 국가에서 방송되도록 협의 중이기도 하다. 빅뱅의 리더 지드래곤(25)의 ‘세상을 흔들어’가 이 프로그램의 인트로곡으로 삽입된다.
2013. 8.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