젝스키스 화보 촬영기

2016-11-30 10:10 am

촬영 당일은 젝스키스가 재결합을 결정한 지 정확히 1주년이 되는 날이었고, ‘화보’라는 개념으로는 19년 만의 첫 그룹 촬영이라고 했다. 활동을 처음 시작하는 것처럼 설레고 즐겁다며, 내년에 펼쳐질 데뷔 20주년 계획을 신나게 세워보는 그들의 모습에서 ‘프로 아이돌러’의 여유와 ‘현재 진행형’ 그룹으로서의 패기가 동시에 느껴졌다. 

Q 화보 촬영 전 일본에서 신곡 뮤직비디오 촬영을 마치고 돌아왔어요. 멤버들이 원하던 ‘고퀄’의 영상이 나왔나요.

▲지원_ ‘고퀄’은 나와봐야 알 것 같고, 고 제작비를 쓰긴 했죠(웃음). 촬영 중간마다 모니터링 했는데 다들 잘 나왔더라고요.

▲성훈_ 신곡 컨셉트 때문에 눈이 쌓여있는 배경을 원했어요. 출발하기 전만 해도 눈 예보가 없어서 포기 상태였어요. 막상 촬영에 들어가자마자 주변이 하얗게 눈밭이 될 정도로 폭설이 왔어요. 하늘이 도와줬다고 느낄 만큼 날씨 복이 있었죠.

▲재덕_ 3박4일 있었는데 뒤풀이도 못 할 정도로 일만 했어요. 해가 지기 전까지 빠르게 이동하고 찍기를 반복하다 돌아왔어요.

Q ‘앳스타일’이 선정한 2016년 ‘올해의 인물’로 12월호 커버를 장식하게 됐어요. 인생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1년이었죠.

▲지원_ MBC ‘무한도전’을 통해 저희가 뭉치게 되는 고마운 기회를 얻었는데, 벌써 1년이 지났더라고요.

▲재덕_ 그게 바로 오늘이잖아! 여의도 중국집에서 ‘무한도전’ 제작진과 다섯 명이 만나 재결합을 논의한 게 2015년 오늘(11월 2일)이에요.

▲성훈_ 정말 운이 좋은 한 해였어요. 체감상으로는 활동을 정말 많이 한 것 같은데 따지고 보면 별로 한 게 없더라고요. 예전보다 몸은 확실히 달라요. 심지어 재덕이 형은 뮤직비디오 촬영이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얼굴이 계속 초췌해지는 거예요.

▲재진_ 저는 오늘도 메이크업 받을 때부터 이미 다크서클이 있었어요(웃음).

Q 16년 만에 멤버들과 호흡을 맞춰본 느낌이 어떤가요.

▲지원_ 각자의 성향은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저도 예전보다 말이 많아지고, 재진이도 많이 밝아졌고요. 그래도 장난치는 건 예전 그대로예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재덕이랑 수원이를 놀리는 재미가 쏠쏠해요.

▲수원_ 저도 지원 형을 공격하는 한 방이 있죠.

▲성훈_ 저는 예전보다 말이 없어졌어요. 어렸을 때는 회사에서 시킨 것도 있고 말을 정말 많이 했는데, 요즘은 나이 들어서 그런지 말 자체가 하기 싫어요. 이제는 팬들이 ‘제발 말 좀 하라’고 하더라고요.

▲재덕_ 젝키 활동 초반엔 제가 많이 까불었죠.

▲지원_ 재덕이가 사투리로 말을 많이 해서, 활동 초반에 우리 팀의 이미지 손실이 굉장히 컸지.

▲수원_ 그래서 우리가 H.O.T를 못 잡았지(웃음).

Q 새롭게 활동을 시작하면서 다들 인스타그램 ‘소통 왕’이 됐던데요.

▲지원_ 우리가 생각하는 인스타그램과 요즘 애들의 개념이 좀 다른 것 같아요. 우리는 그냥 팬 카페나 팬 사이트처럼 소통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죠.


▲재덕_ 내가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오로지 팬들을 위한(웃음).

▲재진_ 저는 나름의 철학이 있어요. 우리가 사진을 팬들에게 일방적으로 제공해야 할 의무가 없잖아요. 저에 관한 정보들이 의도와 상관없이 돌아다니는 게 싫어서, 사진을 올리고 10초 만에 ‘펑’ 해버려요. 공유 금지도 하고요. 저처럼 쓰는 사람도 있어야 팬들도 재미있어하지 않을까요. 

▲성훈_ 전 아직도 인스타그램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어요. 셀카 밖에 안 올리는데(웃음). 그나저나 지원 형이 동영상 편집계의 ‘금손’이더라고요. 슬로 효과까지 걸면서 편집하는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니까요.

Q 무려 16년 만의 컴백인데 모두가 ‘냉동인간’다운 미모를 유지 중이에요.


▲지원_ 우리끼리 봤을 땐 앳된 느낌이 사라지긴 했어도 다 똑같아 보이는데, 대중도 그렇게 느꼈다는 게 신기해요. 관리라고 해 봤자 저랑 재진이는 살 좀 뺀 게 전부예요. 오히려 수원이랑 재덕이는 예전보다 나아진 것 같고요. 제이워크 시절에는 진짜 못 봐주겠던데.

▲재덕_ 그래요. 점점 나아지면 돼요(웃음).

▲성훈_ 지금은 오히려 멤버들끼리 배려 차원에서 관리를 더 하는 것 같아요. 그룹으로 나오는데 멤버 한 명이 ‘하자’나 ‘민폐’ 느낌이 들면 안되니까요.

Q 16년 만에 발매한 신곡 ‘세 단어’가 10월 가온 차트 월간 1위를 기록하며 ‘대박’이 났어요.


▲지원_ 음반 세대다 보니 아무래도 체감이 크게 오진 않아요. 어떤 곡이 1위를 하면 거리 어디를 가든 그 노래가 나와야 잘 됐다는 생각이 드는데, ‘세 단어’를 거리에서 들을 수가 없던데요(웃음). 솔직히 반응이 없을까 걱정이 많았어요. ‘무한도전’이 거품이라 두어 달 지나니까 잊혀졌다고 생각할까 봐요. 그렇게 됐다면 자동 해체인데 결과가 좋게 나와 다행이죠.

▲성훈_ 저는 차를 타고 가다가 신호에 걸렸는데, 옆 차에서 ‘세 단어’를 듣고 있더라고요. 젊은 남자분이었는데, 기분 정말 좋던데요. 마음 같아서는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수원_ 창문 열고 있었으면 노래 좀 불러주지 그랬어(웃음).

▲재덕_ 다음 스텝이 더 중요해졌어요. 지금부터 내는 곡들도 이런 반응들이 쭉 이어지면 좋겠어요.


Q 새 앨범의 발매 시기와 활동 계획은 정해졌나요.

▲지원_ 계획이 구체적으로 정해지진 않았는데, 앨범이 나오면 음악 방송에도 출연하고 방송도 활발히 할 것 같아요. 예능을 잘하는 친구들끼리 묶어 예능에 나가고, 성훈이는 뷰티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일종의 유닛 활동을 하려고요. 무엇보다 공연을 많이 하려고 해요.

Q 발매를 앞둔 신곡에 관한 힌트를 ‘세 단어’로 스포일러 해준다면요.

▲재덕_ 겨울.


▲지원_ YG 스타일.

▲재진_ 마지막 힌트는 정말 어렵네요. 좀 더 생각해서 끝날 때 얘기할게요.

Q 16년 만의 서울 콘서트에 이어 연말 대구, 부산 콘서트를 추가로 개최하는데요.

▲지원_ 계획에 없었는데 서울 콘서트 반응이 좋아서 또 하게 됐네요.


▲수원_ 이번 콘서트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공연하고 싶어요. 관객들이 ‘첫 곡은 당연히 ‘컴백’이겠지’ 하고 예상해버리면 재미가 없으니까요. 맞다, 재덕이 형 여장한대요.

▲재덕_ 아니야! 그래도 팬들이 재미를 느낄 게 무엇일지 이것저것 생각하는 중이에요.

▲지원_ 개인적인 의견들도 반영해서 예상치 못한 곡들도 넣어보게요. 콘서트에서만 할 수 있는 개별 무대가 있잖아요. 방송에서는 못해도 나를 좋아해 주는 팬들 앞에서만 할 수 있는 곡이요.

▲재진_ 저는 발라드곡 할 거예요. 이미 마음 속에서 선곡을 마쳤어요.


Q 문제의 <무모한 사랑> 무대는 계속할 건가요.

▲성훈_ <무모한 사랑> 때문에 다리를 완전히 다쳐서요. 또 하게 되면 휠체어를 타고 해야 하지 않을까….

▲재덕_ 팬들은 은근히 계속하길 바라는 눈치야. 우리가 힘들어하는 걸 더 좋아하는 것 같아.

▲지원_ 그런데 할 때마다 늘어. 그게 더 웃겨(웃음).


Q 젝스키스의 ‘마지막 드래곤볼’ 고지용과의 작업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열려 있나요.

▲성훈_ 가능성은 항상 열어놓고 있는데 지용이 직업 특성상 상황에 무리가 있어요.

▲재진_ 20주년 때 깜짝 이벤트로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요? 솔직히 직접적으로는 얘기를 못 해도, 팬들을 통해 한 번 나와달라고 은근히 전달하고는 해요.

▲수원_ 그런데 한 번 무대에 세워놓으면 더 보고 싶을 것 같아요. 무대를 같이 하면 너무 좋으니까, 그 다음부터 안 나오면 더 서운해지지 않을까….


▲지원_ 더 이상은 지용이한테 부탁을 못 해요. 같은 입장이면 어떻게든 부탁을 하겠는데, 잃을 게 다른 아이잖아요. 결국엔 ‘너 상황은 알겠는데 나와 달라’는 말 밖에 못 하는 건데, 그러다가 지용이가 16년 동안 이뤄온 것을 우리가 망가뜨리게 될까 봐 조심스러워요. 지용이의 인생을 존중해주는 게 맞는 것 같아요.

Q 내년이 젝스키스 데뷔 20주년이잖아요. 멤버들과 꼭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있나요. 

▲지원_ 앨범 20만 장 팔기.

▲재덕_ 그 앨범 우리 돈으로 다 사야 하는 거 아냐(웃음)?


▲재진_ 새 앨범을 20가지 버전으로 내기.

▲재덕_ 안 돼, 디자인 팀이 되게 힘들어 할 거야.

▲성훈_ 일과 관련된 부분을 떠나서 저희 다섯 명만 해외로 여행을 떠나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재진_ 여행은 무슨! 20주년이면 일을 열심히 해야죠. 일을 더 많이 시켜주세요.


▲성훈_ 그렇다면 재진이 형이 20주년을 기념하는 그림 작업을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재진_ 전 좋아요. 그림이나 사진으로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언제든!

Q 내년에는 개별 활동 계획도 생각하고 있을 듯한데요.

▲성훈_ 전혀요. 팀 활동이 우선이에요.


▲수원_ 내년엔 젝스키스 5집 내야죠. 6집도 내고.

▲재덕_ 개인적인 계획보다는 20주년 콘서트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죠.

▲재진_ 20주년이면 16년 만의 콘서트보다 옛날 노래를 더 많이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2시간으로 끝내면 안 될 것 같은데(웃음). 저는 하반기쯤 그림을 보여줄 수 있는 개인전을 준비 중이에요.

▲지원_ 해외 진출 욕심도 있어요. 저희 그룹이 ‘수정남아’라는 이름으로 대만에 진출하고, 일본 활동까지 하려고 하다 팬들이 모이기 시작할 때 해체해서 아쉬움이 있거든요. 기회가 된다면 더 늦기 전에 해외 팬들도 만나보고 싶어요. 


Q 16년을 기다려준 팬들과 새롭게 ‘입덕’한 팬들 모두에게 할 말이 있다면요.

▲성훈_ ‘오빠들 한 번 봤으니까 됐다!’ 하고 자기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나이인데,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응원해줘 다행이면서도 고마워요.

▲재덕_ 재결합을 논의할 당시에는 새로운 팬들에 대한 생각은 아예 없었던 것 같은데, ‘입덕’한 팬들한텐 정말 고마울 따름이죠.

▲지원_ 일단 1990년대랑 지금의 활동 분위기가 너무 다르잖아요. 저희도 YG라는 회사에서 체계적인 관리를 처음 받아보는 거라 새롭게 시작하는 듯한 느낌이 들거든요. 예전 팬 문화에 익숙한 우리 팬들도 요즘의 ‘팬질’에 대한 재미를 새로 느껴가며 오랫동안 쭉 가면 좋겠어요.

Q 2016년을 마무리하는 의미로, 멤버들에게 돌아가며 덕담을 건네볼까요.

▲지원_ 재덕아, 살 좀 쪄라. 요즘 위가 안 좋아져서 많이 못 먹으니까, 살이 빠지고 있어서 걱정돼요.

▲재덕_ 노력 많이 하고 있어요. 3kg 쪘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성훈이. 발가락이 아파서 신경이 많이 쓰이는데, 힘내! 본인도 아쉬울 텐데 멤버들에게도 미안해하는 게 마음 아파요.

▲성훈_ 스스로도 너무 걱정이라 다가오는 콘서트까지 움직임을 많이 자제하려고요. 저는 멤버 모두에게. 지금이 가장 완벽하게 좋은 것 같으니, 자기 관리만 좀 더 열심히 합시다! 언제 어느 순간 훅 갈지 모르니까(웃음).

▲재진_ 저는 멤버가 아닌 팬들에게! 2016년은 지난 16년 동안의 이야기를 푸는 데 집중했다면, 내년에는 새로운 이야기를 쓰는 해가 될 거예요. 내년에도 팬들의 기대 이상으로 부응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일 테니 한 해를 같이 즐겁게 보내요.

▲수원_ 지원 형의 무릎 연골이 많이 안 좋아요. 연골이 더 나빠지면 우리 팀이 활동을 못 하니까, 그 연골로 동생들을 발로 쓰다듬는 데 쓰지 말고, 손을 사용하면 좋겠어요(웃음).

▲재덕_ 그러고 보니 재진이도 손목이 안 좋고. 정말 건강을 신경 써야 할 나이인 것 같아.

▲수원_ 20주년 버킷리스트로 단체 종합검진 한 번 받자.

Q 이제 신곡에 대한 마지막 힌트를 줄 시간이에요.

▲지원_ (오랜 시간 골똘히 생각하다) 다섯.

2016. 11.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