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 취중토크②] “외화벌고, 한국 알리고…내 꿈은 애국”

2015-08-05 10:58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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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엄동진 기자] 

▶”콘텐트는 절대 시스템이 만들 수 없어”

-YG 주식 시가 총액이 8000억을 넘었는데요. 사업가로서 꿈이 있다면요.
“단순히 꿈을 재산 축적이나 사업의 확장으로 생각하지 않는 건 분명하고요. 주변에서 비슷한 질문을 많이 받아서 저도 제 꿈이 뭔가를 종종 생각해봤는데 요즘 드는 생각은 애국인거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예전에는 유관순·안중근 의사와 같은 위인들이 애국자였지만 전쟁 중이 아닌 지금의 애국은 한국을 많이 알리는 것 또는 외화를 많이 벌어오는 것이 애국이 아닐까 싶어요. 물론 애국자가 되려고 음악을 시작한 건 아니지만 현재 처해진 상황이나 위치가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결국은 한국 음악과 문화를 널리 알리는 일이 아닐까 싶네요. 이왕하는 거라면 국내 1등이 아니라 세계 1등 한번 해보자라는 욕심 같은 건데 싸이도 빅뱅도 충분히 그 역할을 잘하고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SM은 시스템이 만들고 YG는 양현석이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죠.
“콘텐트는 절대 시스템이 만들 수 있는 분야가 아니예요. 그게 가능하다면 삼성 같은 대기업이 엔터테인먼트를 하면 세계 최고가 될까요. 주식 평가액 때문인지 가끔 이수만 사장님과 비교하는데, 무척 실례라고 생각하고요. 누구와 경쟁을 하거나 비교 당하기 보다 그냥 제가 하고 있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은 생각뿐이에요.

-한류콘텐트의 세계화를 어떻게 보나요.

“한류 콘텐트의 세계화라는 말은 너무 거창하고요. 한국의 많은 여자 골프선수들이 우승을 한다고 해서 한국골프의 세계화라는 말은 잘 안 쓰는 것처럼 이미 세계화된 콘텐트 시장에서 경쟁이라는 말이 더 이상적일 듯 하네요. 차별화된 콘텐트로 경쟁력을 갖추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SM·JYP 외에 3대 기획사로 다른 회사들이 언급되고 있어요.
“사람들이 말하는 3대 기획사가 단순히 매출로 판단돼야 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매출로만 따지면 로엔·YG·SM이죠. SM·YG·JYP가 3대 기획사라고 꼽히는 이유는 연예인 출신 오너라는 스토리도 있고 오랜 세월에 걸쳐 많은 유명 가수들을 탄생시킨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의상 사업, 요식업 사업에 이어 게임 사업도 진출한다는 얘기가 있어요.
“구멍가게였던 YG가 이제 조직을 갖추기 시작했고 일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친동생인 양민석 대표도 바로 옆에 있고요. 모든 분야는 각 분야마다 가장 잘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똑똑한 인재들이 많아서 저는 주로 음악일과 더불어 관심있는 패션·요식업 쪽을 담당하고 있고 다른 분야들은 양민석 대표와 전문가들이 분업화를 철저히 하고 있어요. 서로가 잘하는 것에 대해서 터치 안하고 있고요.”

-패션, 게임 사업 해야하는 이유는요.
“노나곤 론칭하는 날 제가 무슨 이야기를 했냐면 ”대장금’이라는 드라마가 중국에서 히트를 치고, 패션도 일본만 하더라도 몇몇 디자이너들이 유명하잖아요. 그런데 한국을 대표하는 단 한명의 유명 패션 디자이너나 요식업이 없을까’란 이야길 했어요. 중국 음식과 일본 음식은 세계 어딜 가도 쉽게 접할 수 있는데 왜 한국음식은 꼭 한인타운을 찾아가서 먹어야 하나에 대한 불쾌감과 약 오름에서 시작됐어요. 한국 드라마가 중국에 나가서 ‘치맥’이 그렇게 뜨고 하는 건, 콘텐트가 원동력이 될 수 있었다는 거죠. 한국 패션이나 한국 음식에 콘텐트를 함께 얹혀 가면 경쟁력이 생길 거라 생각해요. 이제 명동이나 국내 유명 백화점들이 외국인 관광객이 없으면 큰일 난다는 말이 들리는 것처럼 지금까지는 한국 문화는 찾아오는 외국인들에게 인기였지만 이제는 들고 나가는 시대라고 생각한 거죠. 음식도 패션도 결국 스토리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역부족이었다고 생각하는 데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Mnet ‘쇼미더머니’의 인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저는 긍정적인 부분이 커요. 현재 엠넷에서 가장 잘되는 프로그램이 ‘쇼미더머니”언프리티 랩스타’예요. 모든지 잘되는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서 라는 1차원적인 생각보다는 지금 젊은 세대들이 관심 있는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프로이기 때문이에요. 공중파 예능이나 드라마도 시청률이 곤두박질 치고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뻔하거나 재미 없는 거겠죠.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하는 기성 세대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을 젊은 세대들은 관심 가질 리 없으니까요.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랩스타’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공중파에서 볼 수 없는 신세대들의 거친 부분들로 호기심을 자극한 부분도 크다고 생각해요. 제가 성격이 많이 긍정적인 편인데요. 제 발목에 음양의 문신이 있어요. 낮이 있으면 밤이 있듯이. 이 세상 대부분의 모든 것에는 겉과 속 또는 앞과 뒤가 있어요. 장단점이 함께 존재한다는 의미에요. 저는 단점을 누르고 장점을 부각시키려는 성향이에요. ‘쇼미더머니’도 많은 논란이 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 힙합신의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에요. 제가 오래 전에 봐왔던 언더 래퍼들은 낮에는 식당에서 알 바하고 저녁에는 공연하면서 어렵게 음악 하고 있었어요. 그런 친구들이 ‘쇼미더머니’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리고 자신의 음악을 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반대로 ‘쇼미더머니’에 나오는 친구들이 아이돌 그룹들이 자리 잡은 공중파 음악방송에 나오지 못하잖아요. 그들을 다루는 방송도 필요해요. 서로 추구하는 시장도 다르고요. ‘쇼미더머니’로 오랜 언더 생활을 한 도끼의 일리네어도 수혜자가 됐고, 아이콘이 될 바비도 힙합적인 느낌을 발휘했고, 요즘 음원차트 추이를 보면 메이저와 언더의 구분이 없어진 거 같아요.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힘을 못쓰고 혁오나 자이언티가 같은 친구들이 상위권에 있잖아요.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 등 힙합이 차트 상위권으로 올라오는걸 보면서 국내 음악 시장은 이미 판도가 바뀌었다고 생각해요.”

2015.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