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시장 ‘YG 파워’ 추종불허

2014-11-12 10:41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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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소속 가수들 음원 차트 휩쓸고 다른 기획사들 발매일 피해 잡아

ㆍ신인 멤버 뽑는 오디션 인기에 탈락자들까지 스타덤 올라

[경향신문 = 박경은 기자] 가요시장에서 YG엔터테인먼트의 파워가 무섭다. 3대 대형기획사로 꼽히며 국내 가요계를 주도하고 있긴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성과는 비교 대상을 찾기 힘들 만큼 독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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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YG소속 가수들이 발표한 신곡이 모두 흥행에 성공한 것이 그 예이다. 지난 3월 투애니원의 ‘컴백홈’을 시작으로 악동뮤지션의 ‘200%’(4월), 태양의 ‘눈코입’(6월), 8월 데뷔한 위너의 ‘공허해’, 10월 발표한 악동뮤지션의 ‘시간과 낙엽’, 에픽하이의 ‘헤픈엔딩’ 등 모든 곡이 음원차트와 음악방송을 휩쓸었다. 지난 11일 첫선을 보인 유닛(소그룹) ‘하이 수현’의 신곡 ‘나는 달라’도 주요 차트 정상을 싹쓸이하며 MC몽의 맹렬한 기세에 제동을 걸었다.

한 달 이상 10위권 내에 머무르는 곡이 손에 꼽힐 만큼 롱런이 힘든 음원시장에서 이들의 곡은 오랜 기간 사랑받는다. 통합차트인 가온차트 집계를 보면 투애니원의 ‘컴백홈’은 4주간, 악동뮤지션의 ‘200%’는 5주, 태양의 ‘눈코입’은 7주, 위너의 ‘공허해’도 5주간 톱 10을 유지했다. 앨범에 수록된 모든 곡이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는, 이른바 ‘줄세우기’도 두드러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YG소속 가수들의 앨범 발표 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가요 기획사들도 많다. 얼마 전 새 앨범을 발매한 가요 관계자는 “원래는 4월쯤 내놓을 계획이었는데 악동뮤지션의 신보가 4월에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미뤘다가 세월호 참사가 이어지면서 발매 시기를 놓쳤다”면서 “차라리 정면승부하는 편이 나을 뻔했다”고 말했다.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 최광호 사무국장은 “힙합과 일렉트로닉 등을 기반으로 한 YG의 음악은 다른 기획사와 비교할 때 대중친화적이고 다양한 연령층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멜로디라인을 가지고 있어 음원차트에서 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YG의 힘을 특히 더 실감케 하는 것은 신인들의 활약이다. 8월 데뷔한 5인조 그룹 위너는 데뷔와 동시에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2주 연속 차지하는 드문 기록을 냈다. 이는 지난해 Mnet 서바이벌 프로그램 을 통해 탄탄한 팬덤을 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이그룹으로 데뷔할 멤버를 뽑는 연습생 대상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지만 출연자들의 개성과 재능, 서바이벌 프로그램 특유의 긴장감과 재미가 더해지면서 수많은 팬을 양산했고 시청자 투표로 멤버를 뽑는 방법을 도입해 팬덤을 공고하게 만들었다. 또 유튜브를 통해 거의 실시간으로 방송되면서 해외팬들에게도 높은 인기를 누렸다. 이 같은 방식은 ‘위너’로 확정된 멤버뿐 아니라 탈락자들까지 스타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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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G는 최근 두 달간 <믹스&매치>라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만들어 방송했다. 지난해 탈락한 연습생들은 이를 통해 ‘아이콘’이라는 새 보이그룹으로 탄생했다. 연습생과 시청자들에게 긴장감을 주는 치밀한 전략과 기획은 이번에도 맞아떨어진 셈이다. 유튜브를 통해 500만건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며 해외 팬덤도 두꺼워졌다. 연습생 신분으로 중국 베이징, 일본 오사카 등에서 팬미팅까지 가졌을 정도다. 프로그램은 다음달 일본 CS채널을 통해서도 방송될 예정이다.

SBS 예능국 박성훈 PD는 “YG는 대중의 요구와 음악적 트렌드를 읽고 필요한 것을 내놓는 데 능하다”면서 “연습생을 스타로 만드는 솜씨나 하이 수현처럼 예상치 못한 조합으로 새로운 느낌을 주는 기획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치열한 고민과 도전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쟁을 지나치게 상품화하면서 화제 만들기에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14. 11.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