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애니원, 섹시 승부 걸그룹과 차원이 다르다

2014-03-13 01:32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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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박지훈기자] 걸그룹 투애니원(2NE1)이 가요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독보적이다. 귀엽거나 섹시한 게 전부인 여타 걸그룹과 달리 이들은 흑인음악을 기반에 둔 색깔 있는 곡들로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이들이 최근 발매한 정규 2집 ‘크러시(CRUSH)’를 둘러싼 반응은 폭발적이다. 신보는 국내 각종 차트를 석권한 것은 물론이고 음악인들 사이에서 ‘꿈의 차트’로 불리는 빌보드 차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투애니원은 9개국 12개 도시에서 총 20만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예상되는 월드 투어도 시작했다. 투애니원은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까. 무엇이 이 팀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는 걸까.

◇전인미답의 성공가도=2009년 5월 싱글 음반 ‘파이어(Fire)’를 발표하며 데뷔한 투애니원은 이듬해 내놓은 첫 미니음반 타이틀곡 ‘아이 돈 케어(I Don’t Care)’가 크게 히트하면서 최정상급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이들은 9인조 걸그룹 소녀시대와 함께 K팝을 대표하는 걸그룹으로 평가받아왔다.

특히 2집 발표를 계기로 최근 이들의 위상은 더 높아진 분위기다. 비슷한 시기 신보를 발표한 소녀시대와의 대결에선 사실상 압승을 거뒀으며 음반은 지난 5일 발표된 미국 빌보드 앨범차트 ‘빌보드 200’에서 61위에 랭크됐다. 이러한 성적은 2012년 소녀시대 유닛(소그룹)인 태티서의 미니음반 ‘트윙클(Twinkle)’이 거둔 최고 성적(126위)보다 높은 기록이다. 싱글차트인 ‘핫 100’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2위까지 올라간 적은 있지만 ‘빌보드 200’에서 K팝 가수가 100위권에 진입한 건 처음이다.

해외 언론은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빌보드는 “(2집 타이틀곡) ‘컴 백 홈(COME BACK HOME)’은 다양한 장르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낸 폭발적인 결과물”이라고 격찬했다. 미국 음악채널 퓨즈TV, 미국 음악매거진 스핀 등도 투애니원 신보를 집중 조명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한 음반기획사 이사는 “솔직히 멤버들 개개인의 매력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음악이 확실히 ‘고급’이란 느낌은 있다. 섹시 콘셉트로만 승부를 보려고 하는 여타 걸그룹과는 다르다”고 평가했다.

◇투애니원, 어디까지 올라갈까=올 들어 투애니원의 행보를 보면 인상적인 부분이 많다. 여타 K팝 그룹들보다 훨씬 ‘글로벌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이들은 지난 1월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ABC 리얼리티 프로그램 ‘더 배철러(THE BACHELOR)’에 출연해 화제가 됐다. 지난 11일엔 투애니원 멤버 씨엘이 미국 유명 뮤지션 스크릴렉스 새 음반 작업에 같은 소속사(YG엔터테인먼트) 가수 지드래곤 등과 함께 참여한 사실이 알려져 관심을 모았다.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걸그룹 대부분은 ‘비주얼’만 앞세우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신선한 모습을 못 보여주는 태생적 한계가 있다”며 “하지만 투애니원은 비주얼보단 음악에 포커스를 맞춘 걸그룹이니 롱런할 가능성이 많다.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4. 3.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