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좀 아는’ 지드래곤, 정형돈 선택엔 이유가 있다

2013-09-08 10:19 pm

[오마이뉴스 음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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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무도나이트’는 오는 10월에 열릴 ‘2013 무도가요제’에 참가하는 뮤지션들을 소개하는 자리였다. 아직 본격적인 막이 오르지도 않았는데도 ‘무도가요제’ 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뜨거웠다. 참가를 결정한 뮤지션들의 라인업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함을 자랑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은 자신들의 음악세계가 분명한, 진정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뮤지션들을 이번에도 대거 섭외해 냈다. 유희열을 비롯해 보아, 김C, 지드래곤, 장기하와 얼굴들, 프라이머리, 장미여관. 이들이 어디 예능 프로그램의 들러리로 나올만한 뮤지션들이던가. 하지만 이들 모두는 흔쾌히 ‘무도가요제’ 출연을 반겼고, 그 열의도 나름 대단한 듯 보였다.

이날 <무한도전> 멤버들은 뮤지션들 앞에서 자신들을 어필했다. 자신이 원하는 뮤지션과 팀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은 그야말로 대단했다. 노홍철은 그동안 음치 교정을 위해 각고의 연습을 한 듯 보였으며, 하하는 꽤 진지한 자세로 감동에 가까운 열창을 선보였고, 정형돈은 박장대소할만한 랩으로 모든 뮤지션들을 뒤로 넘어가게 했다. 무엇보다 유재석은 선미의 ’24시간이 모자라’ 노래에 맞춰서 19금 댄스를 거침없이 선보이며 큰 웃음을 자아냈다.

치열한 그들만의 리그 끝에 유재석-유희열, 정형돈-지드래곤, 박명수-프라이머리, 길-보아, 하하-장기하와 얼굴들, 정준하-김C, 노홍철-장미여관까지 7개의 팀이 결성됐다. 유재석은 지난 가요제 때 이적과 짝을 이루었던 것과 비슷하게 유희열과 한 팀을 이뤘다. 보아는 가장 친분이 있고 편한 상대인 길을 선택했다. 힘겨운 밀당 끝에 김C는 정준하를 끌어안았고, 아무에게도 선택 받지 못한 노홍철은 스케줄로 인해 부재중이었던 장미여관과 짝이 되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 화제가 된 커플이 있었으니, 그들은 다름 아닌 지드래곤과 정형돈이다.

지드래곤은 왜 자신을 ‘디스’하는 정형돈을 선택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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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첫 만남부터 연결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한 팀을 이룬 후에도 정형돈-지드래곤 커플은 폭소를 자아냈다. 지드래곤의 패션을 거침없이 평가 절하하는 정형돈으로 시작된 이들의 갈등은 묘한 재미를 안겨 주었다. 어색하거나 냉랭한 듯하면서도 서로에게 무한한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한 분위기는 다른 커플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선사했다.

정형돈이 뮤지션들 앞에서 부른 노래는 ‘여러분’ 이었다. 이 역시 코미디의 진수를 보여주며 뮤지션들의 시선 끌기에 성공했다. 그런데 여기서 유독 지드래곤만은 그를 우습게만 보지 않은 듯했다. 그에게서 무언가를 감지한 듯, 웃음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던 정형돈의 노래를 세밀하게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더니 지드래곤은 <무한도전> 멤버들 중에서 정형돈을 선택했다. <무한도전> 멤버들 전원이 지드래곤과 짝이 되기 위해 몰려들었지만, 그의 눈길은 정형돈에게 향했다. 지드래곤이 정형돈의 손을 잡는 순간 모든 멤버들은 경악했고, 다른 뮤지션들 역시 이변이라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왜 지드래곤은 정형돈을 선택했을까. 이유는 지드래곤이 <무한도전>에서의 경험을 통해 예능이 무엇인지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드래곤은 자신이 <무한도전> 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알고 있었다. <무한도전>에서 정형돈과 함께 있을 때 가장 완벽한 개그를 뽑아낼 수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정형돈은 지드래곤의 접근에 오히려 진저리를 친다. 그에게 내뱉는 험담 한 마디 한 마디는 그대로 웃음으로 이어진다. 지드래곤이 정형돈에게 더 매달리고 쩔쩔 맬수록, 그들의 존재감은 더욱 극대화되어 가는 것이다. 이날 <무한도전>에서 이런 식의 예능감을 선보인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유재석과 유희열도, 길과 보아도, 하하와 장기하와 얼굴들도 이들의 관계와 비교했을 때 아직은 어설프기만 했다.

게다가 정형돈이 누구인가? 그는 지난 가요제 때 정재형과 짝을 이뤄 ‘순정마초’라는 대박곡을 탄생시켰다. 이 노래는 당시 큰 사랑을 받았고, 파트너였던 정재형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올랐다. “정재형 키워놨더니 경쟁 프로그램에서 MC를 보더라”는 그의 우스갯소리는 물론 농담이긴 하나, 전혀 근거가 없는 것만도 아닌 것이다.

어쩌면 지드래곤은 정형돈의 음악적 감각과 상대방의 존재감을 더해 주는 능력을 신뢰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는 이제 더 유명해질 것도 없고, 누군가의 도움으로 더 성장할 필요도 없는 뮤지션이다. 하지만 ‘무도가요제’에서 최고의 음악을 선보이고, 최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은 욕심은 있지 않겠는가. 정형돈을 선택한 건 그저 순간적 기분이 아닌 그의 예리하고도 앞을 내다볼 줄 아는 명석함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겠다.

2013. 9.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