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 넘버원] ‘셀카마니아’ 산다라박에게 사진이란?
[스타뉴스 전형화 기자] 사진은 기억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풍경을, 남기고 싶은 기억을, 담아두고 싶어 찍는다. 그래서 사진은 가수의 일과 닮았다. 레코드는 기억이고, 앨범은 그 기억들을 담아 놓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하는 일을 같이 나누고 싶은 작업.
산다라박에게 사진과 가수는 어쩌면 같은 일이다. 걸그룹 2NE1의 산다라박. 스스로, 팬들도, 그녀를 2NE1의 홍보부장 혹은 YG엔터테인먼트의 홍보부장이라고 부른다. 산다라박은 트위터 등 SNS에 쉬지 않고 사진을 올려 셀카 마니아라 불린다.
YG 구내식당에서 줄을 서서 밥을 기다리는 산다라박, 공연을 준비 중인 산다라박, 2NE1와 우스꽝스러운 표정으로 함께 있는 산다라박, 미용실에서 머리를 다듬는 중인 산다라박.
산다라박은 왜 사진을 찍는 걸까? 산다라박에게 사진이란 뭘까?
산다라박을 만나려 서울 합정동의 YG 사옥을 찾았다. MBC ‘무한도전’으로 익히 알려진 YG 사옥. 때마침 저녁 시간 즈음이었다. 정말 이곳의 식당은 ‘맛집’일까라는 궁금증을 품고 건물에 들어서려는 순간, 찾아온 이유와 만나려 하는 사람을 적으라는 1층 경호원의 말에 맛집 탐방은 뒤로 미뤘다.
3층 녹음실에서 산다라박을 기다렸다. 녹음실에는 테디베어 마니아로 알음알음 알려진 양현석 YG사장 취향대로 커다란 곰 인형과 마징가Z 대형 격납고 프라모델, 웬만한 아기 덩치만한 건담이 반기고 있었다. 녹음실 밖에 있는 당구대에선 YG 연습생들이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곳이 바로 산다라박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늘 함께 있는 장소리라.
“안녕하세요”라며 녹음실 문을 열고 들어선 산다라박이 날개 달린 음료수를 권했다. 날개 달린 음료수와 산다라박, 그럴 듯 했다. 산다라박은 작은 날갯짓으로 땅에서 30㎝ 정도 떠 있는 듯한 느낌이니깐.
“왜 사진을 찍나요”라고 물으니 “2NE1으로 데뷔한 뒤 팬들과 여러 가지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사진을 찍어서 올린다”는 답이 돌아왔다.
모범답안이지만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었다. 산다라박은 “(저한테)사진 찍는 건 당연하기도 하고, 팬들도 저희들의 사생활을 궁금해 하니깐 그런 것들을 같이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럼 언제부터 사진을 찍었는지, 물었다. 팬들과 공유하고 싶었다면 데뷔 이후인지 아니면 데뷔 전부터인 것인지.
산다라박은 휴대전화에 사진기능이 달리기 시작했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고 했다. 필리핀으로 이민 가서 ABS-CBN의 ‘스타 서클 퀘스트’로 하루아침에 스타로 떠오르기 전부터였다는 뜻이다.
산다라박은 폴라로이드로, 휴대전화로, 찍고 또 찍었다. 사랑하는 친구들과 거리에서 한 장,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한 장, 그렇게 찍은 사진은 지금도 앨범에 켜켜이 쌓여있다. 수많은 앨범들과 더러는 CD에 빼곡히 담아 놨다. 앨범과 CD만 해도 방에 산더미다. 산다라박은 지금도 시간이 날 때면 앨범들을 꺼내보며 “야, 내가 이때는 이랬는데” “얘는 지금 뭐할까”를 떠올린다. 산다라박에게 사진은 지금도 진행 중인 추억 쌓기다.
필리핀에서 가수와 배우로 활동했던 산다라박은 2004년 SBS ‘체험! 지구촌 홈스테이’로 한국에 소개되고, ‘인간극장’ 등을 통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리고 2007년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을 맺었다. 2009년 5월 2NE1로 데뷔하기까지 언제 기회가 주어질지 모르는 기다림의 나날이었다. 잊혀질지도 모르고, 안 될지도 모르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조차 의심하게 되던 나날이었다.
그 순간순간을 산다라박은 사진으로 남겼다. 연습실에서 홀로 덩그러니 앉아있는 자신을 찍고, 연습실 창 밖으로 보이는 어두운 한강을 찍었다. 지금도 그 사진들을 가끔 꺼내보는 건 잊지 않고 싶어서다. 그 때 그 마음을.
산다라박은 팬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사진들을 SNS에 올린다고 했다. 왜 그 일을 산다라박이 할까? 산다라박은 “누가 시켜서는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있는 것 같다. 회사에서도 홍보부장이라는 직함을 줬고, 그래서 새로운 앨범, 공연 등에 대해 알리고 있다”고 했다.
다시 물었다. 그걸 당신이 왜 하냐고. 데뷔할 때부터 2NE1에서 박봄은 보컬을, 공민지는 춤을, CL은 랩을 담당했다. 산다라박은 2NE1에 미모를 담당한다는 소리를 듣곤 했다.
산다라박은 “데뷔한 뒤부터 지금까지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산다라박은 “데뷔 3년차 때 특히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속상하기도 했고, 무대에서 다른 멤버들은 분명히 보여줄 게 많은데 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변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산다라박은 “어린 나이도 아니어서 이제는 신비주의로 가야하나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다 찾은 답은 “나한테 어울리는 모습을,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나를 보여주는 일이었다”이었다.
산다라박은 공연에서 드라마틱한 무대를 올렸다. 연기와 노래를 같이 꾸몄다. 자신이 어릴 적 가장 기쁘고, 즐겁게 했던 일들을 무대로 올렸다. 좋았던 추억을, 좋은 지금으로 가져온 것이다. 산다라박에게 추억은 기록이고, 기록은 앨범에 담겨 있으며, 그 앨범은 다시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일이었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래서 ‘그리워해요’ 녹음할 때 그렇게 울었나 봐요.”
산다라박은 “항상 꾸준하고 싶다”고 했다. 팬들이 어떤 사진을 올리면 신선하지 않다고도 하고, 사진을 안올리면 왜 안올리냐고도 한단다. 산다라박은 “(사진을 찍고 SNS에 올리는 걸)처음에는 팬들과 소통 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고 그냥 했던 일인데 계속 하다 보니 재미와 희망을 느낀다”고 했다. 팬들이 기쁨을 느낄 때, 누군가가 산다라박의 사진으로 하루 힘을 얻는다고 할 때, 자신도 힘을 얻는다며.
“이걸 계속해야 하나, 언제까지 해야하지란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런데 팬들이 너의 메시지에 오늘 기분 나빴던 일들이 잊혀 진다고 하면 저 역시 힘이 나요.”
자신을 찍는 셀카는 자기애가 강한 사람들이 많이 하지 않냐고 물었다. 산다라박은 “좀 더 나를 사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산다라박은 프로다. 사진을 SNS에 올릴 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몇 십번을 다시 본다. 글을 올릴 때면 100번씩 읽고 올린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싶기 때문이다. 추억을 즐겁게 나누고 싶어서다.
산다라박은 인터뷰 도중 “나이가 많기 때문에” “나이를 먹다 보니”란 말을 종종 했다. 물리적인 나이는 다른 걸그룹보다 적지 않을지 모르지만 산다라박이야말로 2NE1에 긍정적이고 젊은 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지 않나. 날개 달린 듯한 산다라박이야말로 2NE1에 중요한 축이라고 생각했는데 적어도 스스로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산다라박은 사진을 찍는다.
“나이가 들어 노인이 돼도 징 박힌 청바지를 입고 노래하고 춤추고 싶다. 언제까지일지 모르지만 YG 홍보부장을 하고 싶다. 사진을 찍고 나누고 싶어요.” 산다라박은 “난 이 일을 사랑하거든요”라고 했다.
산다라박은 해외공연을 나갈 때면 카메라를 꼭 챙긴다. 찍고 또 찍는다. 웃고 즐기며 일을 사랑하는 자기를, 동료를, 찍는다. 얼마 전에는 키우는 고양이 생일을 맞아 그동안 찍은 고양이 사진을 모아 동영상으로 만들어 선물도 했다.
여전히 산다라박은 추억을 쌓는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아직은 찍는 것보다 찍히는 걸 더 좋아하는가 보다”고 했다. 자신이 찍는 것보다 찍힐 게 많고, 좋다는 뜻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찍는 게, 자신이 자신을 찍는 것보다 더 좋다는 건, 지금 그녀가 현재 진행 중인 스타라는 걸 즐긴다는 뜻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즈음, 2NE1 홍보부장으로 의무를 잊지 않았다.
“아직 비밀이지만 2NE1 앨범이 곧 나오고, 3월1일부터 서울을 시작으로 월드투어에 들어가요. SNS에 꾸준히 올릴 테니 기대해주세요.”
이번 공연에 자신이 선보일 특별 무대를 기대해도 좋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제는 연기도 다시 하고 싶다는 산다라박. 소극적인 자신에게 큰 도전이 될 것이고 했다.
산다라박의 추억 쌓기, 레코드, 앨범은 사진 찍기와 함께 계속 될 것 같았다.
2014. 2.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