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는, 결코 빠르지 않다…앞으로도 느릴 것이다” (인터뷰)

2014-08-23 03:1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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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spatch=나지연기자] 토끼와 거북이가 있다. 토끼는 빨랐고, 거북이는 느렸다. 토끼는 그런 거북이를 느림보라 놀렸다. 그러자 거북이는 달리기 경주를 제안했다. 토끼는 빨리 달렸고, 거북이가 뒤쳐지자 낮잠을 잔다. 거북이는 낮잠자는 토끼를 지나, 경주에서 이겼다.

‘이솝우화’ 토끼와 거북이 줄거리다. ‘노력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교훈을 담고있다. 그룹 ‘위너’ (WINNER)는 어떤 부류일까. 모두 토끼라고 생각한다. YG라는 배경, 오디션에서 얻은 인지도. 성공의 빠른 요소를 다 갖췄다는 평가다.

결과적으로는 그렇다. ‘위너’는 데뷔앨범 ‘2014 S/S’ 공개와 동시에 ‘공허해’로 음원차트 1위를 석권했다. 수록곡으로 차트 줄세우기도 성공했다. 지난 21일 방송된 ‘엠카운트다운’과 ‘뮤직뱅크’에서는 1위를 트로피를 안았다. 음악방송 데뷔 5일 만에 거둔 성과다.

이쯤되면 ‘위너’를 토끼라고 봐야한다. 단 낮잠을 자지 않은, 방심하지 않은 토끼 말이다. 그런데 실제 ‘위너’의 이야기는 달랐다. 그들이 직접 털어놓은 성공 스토리는 어쩐지 ‘거북이’의 모습과 더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여전히 느리게 걷고 있었다.

“YG 스타일이 그래요. 절벽에서 밀고, 밀고, 또 밀죠. 마치 호랑이가 새끼 호랑이를 키우는 것 같아요. 그렇게 절벽에서 올라오면 격려해주고, 또 다시 밀고…. 그게 발전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위너를 만든 힘이죠”

위너는 어떻게 빛나기 시작했을까. 그들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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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과거

‘위너’만큼 유명한 연습생이 또 있었을까. 오디션 프로그램 스타가 2명 있다. ‘슈퍼스타K’ 강승윤과 ‘K팝스타’ 이승훈. 특히 강승윤은 2011년 시트콤 ‘하이킥 : 짧은 다리의 역습’에 출연했고, 2013년에는 솔로로 데뷔했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니었죠. 얼굴은 알려져 있는데, 돌아오면 연습생이고. ‘하이킥’을 할 때도, 솔로를 할 때도, 전 그냥 연습생이었어요. 물론 다른 연습생보다 인정을 받을 때도 있었죠. 그러면 또 다른 연습생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남 모를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 같아요” (승윤)

그래도 팀 결성과정은 화려했다. ‘윈’이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를 결정했다. 당시 ‘윈’은 A팀 , B팀으로 나눠 경쟁했다. ‘위너’는 그 중 A팀.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이 리얼리티를 찍는다는 것 자체가 혜택이었다. A팀은 그렇게 주목을 받았고, 승리해 ‘위너’가 됐다.

“몇 년간 고생했던 동생들과 경쟁한다는 게 힘들었어요. B팀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렸잖아요. 어린 친구들에게 뒤쳐진다는 느낌, 쉽지 않더라고요. 1차 배틀에서 졌을 때의 좌절감이란…. 지면  갈 곳이 없었거든요. 긴 연습 기간보다 더 힘들었죠” (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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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데뷔

‘팀A’를 벗고 ‘위너’가 됐다. 모두의 기대가 쏠린 상황. 그런데 데뷔는 밀리고, 밀리고, 또 밀렸다. 팬들의 기다림은 길어져만 갔다. ‘위너’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그렇게 ‘윈’이 끝나고 데뷔하기까지의 10개월. 그 시간은 또 한 번 쓴 약이 됐다.

“미뤘다는 표현을 쓰고 싶어요. 팬들을 생각하면 너무 미안했죠.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도 했어요. 그런데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저희 옷을 찾는 과정이었죠. 외국곡, YG 프로듀서 곡도 녹음해봤는데, 위너 색은 아니었어요. 직접 그 색을 찾아갔죠” (승훈)

‘위너’ 색을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곡을 만들면, ‘킬’ 당하기가 수십 번. 어떤 곡은 대중성이 없어서, 어떤 곡은 어울리지 않아서, 어떤 곡은 YG스럽다는 이유로, 버려졌다. ‘위너’는 끊임없이 만들고, 고치면서, 스스로의 색을 찾아갔다. 그렇게 첫 번째 정규앨범이 탄생했다.

“뻔한 음악은 하기 싫었어요. YG 선배들과 다른 색을 갖고 싶었죠. 답은 ‘장르 구분짓지 말자’였어요. 대신 메시지가 있는 곡을 만들고 싶었어요. ‘공허해’나 ‘컬러링’도 그렇죠. 멤버들 끼리 하나하나 이야기하며 해냈습니다.” (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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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현재

세상에 나왔다. 반응은 뜨겁다. 데뷔 음원은 발매하자마자 1위를 올킬했다. ‘공허해’로 차트 정상을 석권한 것. 신인으로는 이례적으로 줄세우기도 했다. 음악방송에 출연하자마자 1위도 했다. 갓 데뷔한 신인의 거침없는 행보였다.

“예상은 못했어요. 신인이잖아요. 기분은 좋아요. 사실 데뷔 앨범이 정규 앨범이 될 지 몰랐어요. ‘더 좋은 곡을 만들어야지’ 하면서 작업한 것 뿐인데…. 우리가 만든 곡으로 정규 앨범을 들고 나왔다는 것 자체가 뿌듯해요.” (진우)

‘위너’가 자신들의 강점으로 꼽는 건 개성이다. 멤버별 보이스 컬러, 색이 확실하다는 것. 태현의 감미로운 목소리, 진우의 매력적인 가성, 승윤의 파워있는 보컬, 승훈의 멜로디컬한 랩, 민호의 묵직한 목소리가 조화를 이룬다는 것. 그래서 노래에 지루함이 덜하다는 자체 평가다.

“태현이는 감미로워요. 그런데 ‘컬러링’. ‘디퍼런트’에서는 파워도 증명했죠. 진우 형은 ‘공허해’ 사비 부분에서 가성으로 치고 나오는데, 매력있어요. 승훈이 형은 멜로디컬한 랩, 민호는 언더와 오버의 경계를 잘 깼다는 점. 승윤이는 강렬한 보이스가 좋아요” (위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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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미래

그럼 ‘위너’가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까.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묵묵히 그리고 천천히 자신들의 길을 가겠다는 게 목표다. 음악적으로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스펙트럼을 넓히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는 이야기였다. 틀 안에 가두지 않는 것. 그게 바로 ‘위너’라고 설명했다.

“댄스곡을 보여줄 수도 있고, 힙합에 도전할 수도 있어요. 모든 장르에 열려있는 게 ‘위너’죠. 트렌드에 반응하지 않으려고요. ‘후크송’이 잘 나가간다고 후크를 만들지 않을거에요. 지금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어떤 분야에서든 우리만의 길을 가고 싶어요” (태현)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스타가 아닌 가수. 가수 보다 아티스트였다. 진심이 전달되는 뮤지션. ‘위너’를 떠올렸을 때, 대중들이 진정성을 느낀다면 그걸로 만족한다는 것. 결국 그들의 목표는 ‘제 2의 빅뱅’, ‘인기 있는 아이돌’이 아니었다. ‘위너’ 음악 그 자체에 있었다.

“인정받고 싶어요. 사실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진정성 있는 아티스트라는 말을 듣고 싶어요. 모든 멤버가 마찬가지 아닐까요? ‘위너’하면 음악적으로, 퍼포먼스 적으로도 참 괜찮구나. 그냥 아이돌이 아니라 진국이구나. 그 말을 꼭 듣고 싶어요” (위너)

2014. 8.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