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파리서 날아온 스타 디자이너 “지드래곤은 내게 영감을 주는 친구”

2015-10-31 11:31 오전

[조선일보=송혜진 기자] 샤넬의 라거펠트가 후계자로 점찍은 佛 패션 디자이너 하이더 아커만 “입양된 동생 한국인… 더 친근한 한국”

“파리에서 지드래곤과 만나 클럽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울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 컬렉션 론칭 때 왔을 때 참 좋았는데 다시 오게 되다니 정말 기쁘다.”

27일 오후 2시쯤 서울 한 백화점에서 만난 프랑스 패션디자이너 하이더 아커만(Ackermann·43)은 긴 비행에 지쳐 보이면서도 조금 들뜬 모습이었다. “두 번째 만난 서울은 또 새롭다. 아름답고도 역동적이다. 다음엔 가족과 다 같이 와서 이 도시의 기운을 함께 느끼고 싶다.”

2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한 편집 매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하이더 아커만(왼쪽)과 지드래곤. 지드래곤이 입고 있는 옷도 하이더 아커만의 작품이다.

아커만은 현재 유럽과 미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디자이너다. 유려한 선(線)과 재단으로 노출 없이도 관능적이고 매혹적인 옷을 만들어낸다는 평을 듣는다. 프랑스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뒤를 잇는다고 해서 ‘뉴 이브 생 로랑’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샤넬·펜디를 지휘하는 세계 최고의 패션디자이너 칼 라거펠트가 “샤넬을 물려줄 후임자로 아커만을 점찍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런 하이더 아커만이 지금 서울에서 이렇게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아커만은 “내게 한국인 동생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했다. 아커만의 국적은 프랑스지만 태어난 곳은 콜롬비아다. 프랑스인 부모님이 아커만을 입양해서 키웠다. 그의 두 동생도 모두 입양됐다. 첫째 동생이 한국인이고 둘째 동생은 베트남인이다. 아커만은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너는 입양된 아이’라고 알려주신 적은 없다. 하지만 굳이 말해주시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부모님은 백인종인데 나는 유색인종이고 두 동생은 황인종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릴 때 동네에서 친구들에게 이것 때문에 종종 놀림을 받곤 했다. 우리 삼 형제는 그때마다 매번 똘똘 뭉쳐서 싸웠다. 덕분에 결속이 강해졌고 단단해졌다. 지금도 가족은 내게 언제나 힘을 주고 용기를 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아커만의 ‘한국 사랑’을 듣고 가수 지드래곤(본명 권지용·26)이 “나도 볼 겸 서울에 한 번 더 오라”고 말을 건넨 것이 올해 7월이다. 두 사람은 당시 프랑스 파리 그랑팔레에서 열린 샤넬의 오트쿠튀르 컬렉션 쇼에서 만나 금세 친구가 됐다. 따로 파리의 클럽으로 몰려가 뒤풀이를 하면서 놀았다. 당시 현장엔 미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힙합 가수 카니에 웨스트와 봉준호 감독의 배우 틸다 스윈턴도 있었다. 아커만은 “그날밤 지드래곤의 지적인 매력, 폭넓은 관심사, 재치 있는 말솜씨,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분방한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면서 “서울이 끊임없이 변하는 다이내믹한 도시라서 매력적이듯, 지드래곤도 끊임없이 그 매력이 달라져 내게 더욱 영감을 주는 것 같다”고 했다.

오후 7시 아커만은 서울 청담동 한 편집 매장으로 향했다. 자신의 컬렉션이 걸려 있는 매장에서 한참 서성이던 아커만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번졌다. “헤이!” 지드래곤이 찾아온 것이다. 만나자마자 포옹을 나눈 두 사람은 영어로 수다를 풀어냈다. “그동안 어찌 지냈어?” “늘 그렇지만 정신없었어. 이번에 새로 한국에 단독 매장도 냈고.” “난 요즘 월드 투어라서 정말 바빴어. 호주·캐나다에서 공연했고, 미국·멕시코도 갔었어. 아, 멕시코는 정말 멋졌어!”

두 사람은 4층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이날 편집 매장과 4층 식당은 두 사람을 위한 프라이빗 파티를 위해 온전히 비워졌다. 톱 모델 박성진, 배우 이수혁, 신세계백화점 정화경 상무 등이 파티에 참석했다. 이들은 두 시간가량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커만은 “지드래곤과 한국·프랑스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술 문화에 대해 한참 수다를 떨고 웃었다. 패션 이야기도 한참 나눴다”면서 “서울은 올 때마다 좋다. 다음엔 꼭 한국계 동생과 함께 오겠다”고 말했다.

2015. 1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