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봐, 블랙핑크야!’ 전 세계가 블랙핑크의 컴백에 열광한 이유는

2020-06-29 09:38 오전

[경향신문=김지혜 기자] “하늘을 봐. 저건 새야! 아니 비행기야!(Look up in the skyIt’s a birdit’s a plane)”

하늘 높이 날아오른 것은 새도, 비행기도 아닌 그룹 블랙핑크였다. 블랙핑크가 긴 공백을 깨고 지난 26일 발표한 신곡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의 반응이 심상치 않다. 유튜브 뮤직비디오 사상 최단 시간 안에 조회수 1억뷰를 달성한 가수로 이름을 올렸고, 미국 아이튠즈·중국 QQ뮤직 등 전 세계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차트 1위를 석권했다. 1950년대 미국에서 방영된 텔레비전 시리즈 <슈퍼맨의 모험> 명대사에서 차용한 가사처럼, 1년2개월의 길었던 공백을 디딤돌 삼아 슈퍼맨처럼 세계의 하늘로 높이 날아오른 것이다.

“어둡고 어려운 상황에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과 자신감을 잃지 않게 하려는 마음을 담아 노래했어요.” 앨범 발매 직전 열린 글로벌 기자간담회에서 멤버 지수가 밝혔듯 ‘하우 유 라이크 댓’은 절망을 떨치고 일어서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긴 곡으로, 오는 9월 발매될 블랙핑크의 첫 번째 정규앨범의 선공개 싱글이다. 첫 무대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유명 토크쇼 NBC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이하 팰런쇼)에서 공개됐다. 한복 저고리를 차용한 의상을 입고 강렬한 힙합 음악에 맞춰 파워풀한 군무를 추는 무대는 유튜브에서도 실시간 중계돼 21만명에 달하는 동시 접속자를 모았다.

진행자 지미 팰런의 말처럼 블랙핑크는 “‘현상(phenomenon)’이라는 말로 표현이 되지 않을 정도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그룹”이다. 그러나 1년2개월간의 긴 공백기와 정규앨범 발매 지연으로 팬들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사옥 앞에서 ‘트럭 시위’에 나설 정도로 답답한 시기를 보내야만 했다. 지난해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가 버닝썬 게이트에서 비화된 각종 범죄 의혹에 연루되면서 찾아온 YG엔터의 추락도 블랙핑크의 활동에 제약이 됐다.

블랙핑크는 시련의 시간을 단숨에 지워버릴 강력한 기세로 돌아왔다. 지난달 발표된 미국 팝스타 레이디가가와의 듀엣곡 ‘사워 캔디(Sour Candy)’를 통해 저력을 입증한 블랙핑크는 이번 신곡을 통해서는 특유의 세련되고 화려한 스타일링과 안무, 오케스트라와 EDM 사운드가 활용된 독창적 힙합 음악으로 전 세계 음악팬들을 사로잡았다.

‘하우 유 라이크 댓’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공개 32시간23분 만에 조회수 1억뷰를 기록했으며 미국을 비롯한 60개 지역 아이튠즈 ‘톱 송’ 차트 1위, 일본 음원 사이트인 라인뮤직과 중국 최대 음원 사이트 QQ뮤직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실시간 차트에서도 물론 3일째 정상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 언론들도 이번 컴백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포브스, 타임스, BBC 등 해외 주요 매체들이 컴백 소식을 전한 가운데,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의 음악 에디터 젬 애스워드는 ‘하우 유 라이크 댓’을 이번주 최고 싱글로 꼽으며 “팝에서 시작되지만 후렴구에선 비트가 바뀌며 강렬한 랩, 거친 리듬과 함께 갑자기 모든 것이 스웩(Swag)이 된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굉장하다”고 평했다.

‘현상’을 뛰어넘는 블랙핑크의 세계적인 인기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전문가들은 거대 팬덤 ‘아미’를 버팀목 삼아 세계 최정상 보이그룹으로 거듭난 그룹 방탄소년단과는 성공의 맥락이 다소 다르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방탄소년단이 팬덤형 인기를 구가한다면 블랙핑크는 좀 더 대중에 소구하는 경향이 있다. 음악적으로도 서구 팝에 가까운 성향을 보이는 한편 영어가 자유로운 멤버들의 비중이 높다는 것도 해외, 특히 영미권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게 된 요인”이라고 말했다.

특유의 럭셔리한 이미지를 통해 축적된 멤버 개개인의 셀레브리티 이미지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강한 파급력을 갖게 됐고, 이것이 음악적 성공에도 기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블랙핑크의 인기는 아이돌형에 셀러브리티형을 추가한 것에 가깝다. 블랙핑크의 경우 독보적인 SNS 팔로워 숫자나 해외 유명 브랜드, 패션지와의 교류가 눈에 띈다. 각 멤버들의 셀러브리티로서의 인지도가 음악의 인기에도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실제 인스타그램에서 3473만명의 팔로어를 거느린 리사를 비롯, 블랙핑크 멤버들의 팔로어 수 총합은 28일 기준 1억932만6305명에 달한다. 블랙핑크 공식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3910만명으로 국내 단일 채널로는 최대 규모다.

2020. 6. 29.